계획 수립은 그 활동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계획은 쪽집게 처럼 맞추기 위해 세우는 것이 아니다.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한들 세상 일을 어떻게 알겠냐며, 그대로 실현되겠느냐며 묻는 이들에게 해주는 내 답변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다. 미래를 미리 생각해 보고 무엇을 현재 대비해야 하는지 알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미래의 어떤 시점으로부터 역산하여 현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사업계획 수립은 그 과정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사업가 보다 직장인은 중장기 계획 수립이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가와 달리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사업을 떠올려 보자. 내 마음대로, 계획대로 뭔가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반면 직장인은 언제든 회사에 의해 짤리거나 다른 일을 맡게 되거나 하여 상황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사업도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당장 내일부터라도 고객들이 내 상품을 사지 않으면 순식간에 망한다. 사업 보다는 직장인의 삶이 훨씬 더 예측 가능하다. 계획을 세워 실행하기에도 훨씬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은행들도 직장인들은 계속 직장생활이 유지될 거라 감안하고 신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직장인이 자기계발에 집중하려는데 야근 때문에 못한다고? 마치 사업은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서 집중해야 할 연구개발과 영업활동에 만사 다 제쳐놓고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당장 이번 달과 다음 달에 적자가 크게 난다고 하면 만사 다 제쳐두고 우선 물건부터 팔러 다니지 않을까? 즉, 직장인이라서 불가능하고 사업가라서 가능한 것이 있는 건 아니다. 직장인, 사업가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좋은 여건과 나쁜 여건, 통제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이 모두 존재한다.
개인도 중장기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인생의 성공은 진입장벽의 극복이다. 대표적인 진입장벽이 전문직들의 자격증이다. 회계사,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들은 그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붓는다. 그렇기에 아무나 쉽게 결정하고 뛰어들 수 없다. 설사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 들더라도 자격을 획득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 중도포기한다. 높은 진입장벽을 뚫고 넘어갔을 때 기본 베이스가 달라진다. 다음 활동이 훨씬 더 쉬워진다. 연봉 2천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1억을 모으는 어려움과 연봉 1억을 받는 직장인이 1억을 모으는 어려움은 다르다. 재테크의 시작으로 시드머니 1억을 많이 언급한다. 이 시드머니를 누군가는 2년만에 모아서 다음 재테크 단계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성공 시키기 어려운 사업을 성공시킬 수록 그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따라하지 못한다. 경쟁자가 쉽게 생길 수 없기 때문에 사업의 이익률은 높고 사업 운영은 순조롭다. 만약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쉽게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 것이다. 처음에는 이익률이 좋았을지 몰라도 늘어나는 경쟁자들 때문에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계속 경쟁자의 동향을 주의깊게 살펴서 빠르게 전략과 전술을 바꿔 실행해야 한다. 빠른 대응이 필요해서 항상 긴장을 해야 한다.
진입장벽이 높을 수록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즉, 단기간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첫 번째 진입장벽을 극복하고, 첫 번째 진입장벽을 통해 높인 베이스를 토대로 다음 두 번째 진입장벽에 도전한다. 이렇게 하나 둘 진입장벽을 극복하다 보면 철옹성 속에 위치하게 되고, 그럼 남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지위와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온갖 다양한 자격증 10개 보다 회계사, 변호사, 의사 자격증이 훨씬 강력하듯 얕은 진입장벽 여러 개를 극복하는 것 보다는 강력한 한 가지를 극복하는데 내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중요한 한 가지에 올바르게 내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장기 계획이다. 회사에 있어서는 중장기 사업계획이 될 것이다.
도전적 현실적 지속성
진입장벽이 높은 도전적 목표를 세우고, 의욕만을 앞세워 현실적이지 않은 실행계획을 세우지 말고, 세운 계획을 꾸준히 실행하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지속성이다. 누구나 당장 목표를 이루고 싶어한다. 하루라도 더 일찍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런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고 쫓아다닌다. (그러다 사기를 당하는 일이 많다.) 마음이 항상 조급하다. 1년 뒤는 너무 먼 것 같다. 6개월도 너무 먼 것 같다. 당장 살이 빠지고 몸짱이 되고 싶다. 당장 내가 투자한 주식종목이 급등하여 수익을 내고 싶다. 얼마 전 시작한 사업의 매출이 하루 빨리 늘어났으면 좋겠다. 하루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 오늘 하루 운동을 했지만 내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산 주식 종목은 한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사업을 시작했는데 매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 해야 할 일은 많다. 진척이 너무 더디고 지루하다.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은 고통스럽고, 지루하고, 성과는 없어 보인다. 다시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기가막힌 새 방법을 찾을 때까지 현재 하던 것은 잠시 홀딩이다. 내 얘기다. 되돌아 보면 몇 년째 이런 짓을 계속 반복하며 성과는 없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그 여정이 보상이다.
-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여정 자체를 보상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결과의 그 한순간만을 보상으로 여긴다면 그 결과 지점까지 모든 순간은 고통과 인내가 되어 버린다. 과정을 참지 말고 성장의 과정과 경험으로 느끼고 음미해야 한다. 결과의 순간만을 기다리면 마음이 급해지고 과정은 단지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가는 순간순간을 느껴여 한다. 설사 과정이 즐겁지 않더라도 그러한 경험을 감상하고 느껴야 한다. 내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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